오래 전부터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교육열을 근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자랑스러운 ‘학습민족’이자 ‘학습강국’임을 표방해 왔다. 그러한 우리의 자부심에 회의를 들게 하는 다소 충격적인 조사결과들을 접하며 걱정이 앞선다. OECD가 수행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해외주요국 독서실태 조사에서, 한국인은 OECD 평균인 76.5%보다 낮은 74.4%로 스웨덴의 85.7%, 덴마크의 84.9%, 영국의 81.1%에 비해 현저히 낮은 독서 수준을 보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 우리 국민의 독서실태 조사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성인들은 연평균 9.1권의 독서를 하고 있고, 평일 22.8분, 주말 25.3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13년 조사 결과에 비해 각각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평소에 ‘책 읽기’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이유로 성인과 학생 모두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또는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들고 있었다. 지식정보시대에 제3의 인격이라 할만큼 중요한 독서 실태가 이쯤이고 보면 가히 문화 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일구겠다는 국정 철학에 ‘비상 종’이 울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금은 우울한 이런 소식들의 뒤 끝에, 때 마침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오늘 광명시에서 전국의 학습관계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최초로 ‘평생학습 주제전문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평생학습’만을 주제로 한 전문도서관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바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학습도시인 광명이 또 한 번 신선한 반란을 일으키며 새로운 학습의 역사를 쓰고 있음에 반가웠다. 필자는 개원식에 참석하여 짧은 특강을 전했다. 그러 던 중 놀랍게도 이 도서관에 ‘에밀레종’이 아닌 한지로 제작된 거대한 ‘배울레 종’의 복원이 있음을 전해 들었다. 시민들의 배움을 일으켜, 그 큰 뜻을 세상에 두루 두루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최초로 학습도시를 선언할 때 만들었던 ‘배울레 종’을 학습전문 도서관 개원과 함께 복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에밀레종은 본디 그 이름이 성덕대왕신종이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종이다. 이 종은 마치 아이가 어미를 부르는 듯한 소리를 낸다하여 ‘에밀레종’으로 불리어져 왔다. 아마도 이 종을 만드는 일이 너무 힘들고 그 소리가 오묘하여 세상의 큰 뜻을 널리 널리 알리고 ‘울림의 가르침’을 전한다 하여 그러한 이름이 붙여진 설화로 전해 내려오고 있음이리라. 한국의 종은 고유의 학명으로 ‘한국 종’이라 불리 울 만큼, 소리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멀리 전달되고, ‘웅웅웅’하면서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소리가 반복되는 오묘함을 보인다.
한국 종의 정신과 전통이 그대로 배울레 종을 통해 전해지기를, 복원되기를 소망한다. 에밀레 종의 신화가 ‘배울레 종’의 학습신화로 면면히 이어져 우리의 학습민족강국의 정신이 온 세상에 널리 널리 ‘울림의 학습신화’로 세계 속에 전해지길 소망한다. 1999년 최초로 시민 스스로 선언한 학습도시 17년 역사를 지닌 광명시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 쓰기 작업인 평생학습도서관을 탄생시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나 새롭게 문을 연 평생학습주제전문도서관은 ‘라키비움’이라 하여 도서관의 라이브러리(lIBRARY), 기론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소장된 책들의 집합체인 도서관을 넘어 역사적 사료와 기록물의 아카이브, 그리고 역사적 기념물들의 집적체인 ‘라키비움’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학습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아직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홀연히 광명에서 시작된 이 작은 ‘배울레 종’의 신화가 머지 않아, ‘침묵의 문화’인 책을 통한 ‘생각 학습’을 넘어 보물 같은 배움의 ‘움틈’을 일궈내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깨야 깨달을 수 있다’는 파격의 새로운 틀 깨기 작업을 기대한다. 이를 통해 ‘평생학습의 서랍 속 보물’들을 다시 꺼내어 만나볼 수 있는 ‘세상 속 가장 큰 학교’가 탄생하기를 소망한다. 평생학습도서관이 모두의 ‘빛’을 여는 학습의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진정한 학습국가로의 ‘자람’과 ‘진화의 역사를 새로 쓰는 ‘학습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