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이는 스포츠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언론이 만들어냈는지, 관중들이 만들어냈는지는 몰라도 인기종목과 비인기 종목이 그것이다. 비인기 종목으로 지칭하는 종목의 선수나 지도자는 전혀 비인기 종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고, 적성에 맞아 하는 것이어서 스스로는 가장 인기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팀의 숫자나 선수들의 숫자만으로 인기와 비인기를 가르는 것도 스포츠 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한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최근 체육 분야에서는 한국체육대학과 더불어 중추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용인대 레슬링부를 둘러싸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린다는 보도다. 격기지도학과의 레슬링 전공교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물러나게 된 이후 후임 교수를 채우지 않은 채 새 학기 일정을 시작해 레슬링 전공의 존폐위기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대의 전신인 대한유도학교 시절부터 유도를 주 종목으로 해왔던 터라 레슬링 종목에 대한 홀대마저 우려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레슬링 역시 용인대에서는 40~50년 간 명성을 유지해온 종목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 한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대학 구조개혁 추진이 한창인 때에 교육부의 정원 감축 지침에 따라 격기지도학과 레슬링전공 인원이 줄어들거나 폐지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레슬링계는 우려하고 있다. 체육을 주축으로 탄생한 용인대가 이런 사태를 빚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레슬링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자유형에서 건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용인대는 경기도내 유일의 레슬링 종목을 육성하는 4년제 대학으로 도내 중·고교 레슬링 꿈나무들의 진학목표다. 용인대가 계속 육성하지 않으면 도내 레슬링 꿈나무들은 타시도로 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용인대가 밝혔듯이 일단 외부 초청 교수와 국가대표 출신의 박사학위자, 전문 지도자 등으로 레슬링 전공학생들 키우겠다고 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경기체고 서현고, 봉일천고, 홍익디자인고 등에서 훈련 중인 50여명의 꿈나무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축구 야구 등 관중들이 좋아하는 운동만 운동이 아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계속 키우고 있는 레슬링도 그들의 인기 종목이다. 용인대학교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학교 측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아지고 있는 레슬링 종목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