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탈당과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당의 공천 모습에 대해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면서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보수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의 ‘고사(枯死) 작전’ 속에서 자진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그의 입장에선 무소속 출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전날까지도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후보 등록기간 당적을 이탈·변경한 무소속 출마를 금지한 규정에 따라 유 의원은 23일 자정까지 탈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처지였다. 유 의원이 탈당할 때까지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유 의원 지역구 공천 지연은 그의 낙천 결정에 뒤따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았지만 새누리당은 끝내 결정을 미루며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공을 떠넘겼다. 집권당의 공천은 어느 당보다 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진행됐어야 함에도 여당은 이 책임을 포기했다. 유 의원의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24일 심사에서 남은 3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1명을 후보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의 ‘승민 밀어내기’는 적지 않은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게 됐다. 행여나 유 의원이 자발적으로 탈당했으며 당은 책임이 없다고 유권자들이 믿으리라 판단했다면 오산일 것이다. 이미 여당의 공천을 둘러싼 잇단 갈등과 잡음으로 총선의 승패가 달렸다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한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비박 학살’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일련의 공천 이후에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으로 꼽히던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잇따라 탈락하기도 했다. 무소속 비박 연대 현실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보다 큰 역풍이 불 경우 선거 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는 데도 ‘당 정체성’ 등을 내건 새누리당의 막판 공천은 무리를 거듭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공천주도 세력의 책임이 무겁다. 여당의 공천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가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