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공학관·생활문화센터 등
道, 12월까지 리모델링 완료
폐품 재활용·벽 낙서도 보존
다리도 설치해 산책로 연결
주민·대학생들의 새명소 기대
학생들이 빠지고 텅 비어 있었던 옛 서울대 농생대 건물들이 24일 문화로 공간을 재생하기 위한 활력으로 가득찼다.
지난 2003년 농생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수원시 권선구에 있었던 22개의 건물들은 폐허로 남았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농생대 융·복합 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 도민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거점 활용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주체로 참여, 버려진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나섰다. 22개 건물중 농공학관, 농원예학관, 농화학관이었던 건물들은 각각 상상공학관, 생활문화센터, 경기청년문화창작소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5월 말 완공을 앞두고 공사중인 건물들은 뽀얀 먼지를 내뿜으며 새단장을 준비 중이다. 먼저 상상공학관은 ‘상상하는 실험실’을 주제로 섬유, 유리, 도자 작업을 도민들에게 가르치고, 제품을 직접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한다. 봉제산업이 번성했던 지역특징을 반영한 것.
특히 공간에서 나온 폐품을 리모델링에 재활용하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이 버리고 간 공책과 졸업앨범, 책상 등 공간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버리지 않고 전시할 뿐 아니라 벽에 빼곡히 적힌 커닝의 흔적도 지우지 않고 남겨 놓았다.
농생대의 역사성·장소성을 보존하며 공간을 재생하겠다는 목표와 상통하는 지점이다.
옥상이 있는 3층은 뒷산과 연결되는 다리를 설치해 산책을 하던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상상공학관에 들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미끄럼틀을 설치해 3층부터 1층까지 재미있게 내려올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건물 리모델링을 책임지고 있는 정수환 제주남이섬주식회사 미래본주 상상사업단장은 “공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특징을 유지하면서 전시, 교육,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곳 중 가장 규모가 큰 생활문화센터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
들어서게 될 공간도 다양하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카페를 비롯해 세미나 공간, 공방, 어린이 책놀이터, 체육시설, 쪽잠자는 방, 청년기업 사무실 등 전 세대가 즐길수 있는 융·복합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원재 예술감독은 생활문화센터의 지향점을 ‘삶의 학교’라고 소개했다. 누구나 들러서 즐기고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
마지막으로 경기청년문화창작소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어 정비가 덜된 모습이다. 현재는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이곳 역시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청년기업과 단체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펼치는 곳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농생대는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주변 10여개 대학교 학생들이 지나는 길목으로 이 세 공간이 활성화된다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문화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활용할 수 있느냐다.
이날 농생대 투어를 이끈 김종길 재단 문화재생팀장은 “이 세 공간이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시끌벅적하게 소통하고 즐기는 ‘난장판’의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