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새 컴퓨터를 사주기로 했는데... "
13일 오전 11시 부천동초등학교 졸업식장.
지난달 30일 실종 16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윤기현군의 아버지 교희(43)씨가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기 위해 강당 한편에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아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꽃 한아름을 들고 와 가족친지들과 함께 뒷자리에서 아들의 장한 모습을 지켜보며 얘기를 나눴겠지만 이날 윤씨는 쓸쓸히 혼자 앉아 있었다.
윤군 어머니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졸업식장에도 나오지 못했다.
"기현이 형, 환한 햇살처럼 웃음띤 얼굴로 운동장을 뛰어놀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니 더욱 더 형의 빈 자리가 크게 다가옵니다. 형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재학생 대표가 졸업생들에게 바치는 송시에서 기현이를 언급하자 윤씨는 또 다시 아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 행사가 끝이 난 뒤 6학년 4반 교실.
졸업생들이 담임교사와 마지막 만남을 갖는 시간, 졸업하는 43명의 아이들은 졸업식 내내 기현이의 빈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윤군의 빈소를 찾았을 때 제자들이 행여 볼까 화장실에서 눈물을 삼켰던 장준호(30) 교사는 "올해는 우리반 친구 중에 전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새학기 친구들 그대로 모두 졸업할 줄 알았는데 기현이가 없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졸업앨범을 받아들고 아들의 걸상에 대신 앉은 윤씨는 앨범 속에서 똘망똘망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아들 사진을 보자 또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졸업하면 컴퓨터를 새 걸로 바꿔 주기로 약속했는데..."라며 앨범 속 아들 사진을 어루만졌다.
"빨리 범인을 잡아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윤씨는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명예졸업장을 들고 쓸쓸히 교정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