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다리
/김선태
거다리는 사전에도 없는 말. 걸다와 다리가 만나 생긴 사투리다
이 말 속에는
어린 시절 한쪽 다리를 어머니 다리에 떡 걸쳐놓아야만 잠이 들던 코흘리개가 있다
이 말 속에는
오래 등 돌려 누운 부부가 어느 날 서로에게 다리를 가만히 올려놓는 반전이 있다
단절과 불화의 벽을 일시에 허물고 소통과 화해의 다리로 함부로 건너가도 좋은
행여 거다리했다간 다리가 부러지는 세상에 더욱 간절히 그리워지는
아득히 사라진 말
거다리!
김선태 시인을 2월엔가 만났다. 여수 공항 쪽에서 목포까지 냅다 질주했다.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으니 얼마나 내 주위를 남도의 풍경이 휙휙 지나갔을까. 그와 만나 목포 앞바다가 다 보이는 온금동 언덕의 술집에서 막걸리 잔을 나누었다. 막걸리 잔 가득 채워지는 것은 목포의 눈물이고 목포의 사랑이고 목포에 대한 애달픈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김선태 시인은 아무리 봐도 남도의 리듬을 가지고 남도의 정취를 길어 올리는 탁월한 능력이자 천부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천상 시인이다. 그의 가슴에는 옛날에도 감탄했지만 남도의 리듬과 우직함과 남도의 가락이 있다. 그의 시에서 말하듯이 반전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는 눈이 있다. 거다리 알고 보니 얼마나 살가운 말인가. 거다리를 하다가 거머리같이 찰싹 달라붙는 늦은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남도의 복인 것은 김선태 시인을 감금하고 있는 거다. 김선태 시인의 시 조금새끼를 읽으면 시인이 얼마나 목포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것이다. 불멸의 시 불면의 시를 낚아 올리려 어신을 기다리는 그의 밤이 오늘도 궁금하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