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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성난 민심의 심판과 선택

 

성난 민심이 오만한 여당을 심판했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막장 공천의 모습을 보였던 새누리당은 그 댓가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주게 되었다. 야권이 분열되어 있는데 설마하는 자만에 빠져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민심은 그런 생각을 하는 여당을 심판하는 방법까지 찾아내어 교차투표에도 적극 나섰다.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돌아보면 새누리당의 선거를 망친 것은 야당이 아니라, 공천개입에 나선 대통령과 친박계,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김무성 대표였다. 극도의 혐오증을 유발하는 그런 광경을 국민에게 보이고도, 선거운동 때 잠시 무릎 꿇는 모습을 보이면 덮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러나 여당이 텃밭이라던 대구, 부산, 서울 강남에서조차 야당 후보들이 승리했던 것은 여당 지지층까지도 성이 날대로 나버린 상황이었음을 말해준다. 민심은 그러한 오만에 냉정하게 심판을 내린 것이다.

새누리당은 과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새누리당내의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새누리당의 앞길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친박-비박의 계파싸움이 재연된다면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의 일방적 통치를 협치로 바꾸는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여당은 더 어려운 지경에 몰릴 가능성이 크고, 내년 대통령선거 앞에서 자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과 소통하고 먼저 손을 내밀며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 아니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몸을 낮추지 않으면 여권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당을 심판하겠다고 결심한 민심은 야권 분열의 구도마저도 넘어섰다. 특히 ‘1여 다야’ 구도가 집중된 수도권 유권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더민주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지역구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사실상의 후보단일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결과 더민주는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 일약 제1당의 위치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더민주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을 많이 지지하며 교차투표를 한데서 나타난다. 유권자들은 여당에게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아낌없이 표를 몰아줄 정도로 더민주가 미덥지는 않았다. 그런 제1야당을 견제하며 경쟁을 벌일 또 다른 정당인 국민의당에게 더민주보다도 높은 정당득표율을 안겨준 이유가 그것이다. 더구나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에게 완승을 거둔 점도, 더민주가 오히려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았다. 제1야당은 여당을 심판했고, 다시 제2야당은 제1당을 견제하는 구도가 펼쳐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4·13총선의 결과는 절묘한 균형이 돋보이는 민심의 선택이었다. 여야 불문하고 어느 정치세력도 자기 마음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이 넘지 못하는 여소야대 국회의 특징이다.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이 균형적 의석은 일방적 독주와 그에 따를 충돌을 억제하는 대신, 타협과 조정의 정치를 한층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것은 여야 각 당 모두의 공통된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3당체제 시대의 본격적 개막은 여러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유권자가 만들어낸 이 절묘한 구도를 잘 가꾸어 나간다면 우리 정치는 한 단계 성숙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단 두 개의 메뉴 가운데서만 선택할 것을 강요받지 않고,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려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진영논리에만 갇혀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다당제 속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준 변화에 정치권도 새로운 자세로 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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