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오랫동안 깔려있던 민심의 발로였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표로써 나타내준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도 이를 무시했던 정치권은 국민이 무서운 줄 알며 크게 놀랐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도 승리를 자만해서는 안 된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호남의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제3당으로 약진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에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표로써 심판하는 민주주의의 진리를 보면서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고, 나아가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에 대한 여망을 담았다.
이제 의석 수의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20대 국회에는 없다. 무소속 당선자들을 둘러싼 합종연횡이 이어지겠지만 일단 국민들의 선택은 독선과 오만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안 돼 아직도 각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당권경쟁이나 대선후보 경쟁이 문제가 아니다. 민심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파악하고 민생을 살펴야 하는 게 급선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에 거는 기대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오직 국민들만을 위한 생산적인 국회로 만들어갈 것을 다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최우선을 민생에 두고, 경제체질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도 언급하면서 안보와 남북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상황 역시 걱정스런 요즘이다.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청년실업률도 하늘을 찌른다.
이제 남은 건 국민들의 여망대로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의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일이다.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는 일에 나라와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발족한 ‘국가 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지금이라도 다시 가동시켜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와 정부도 개혁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합집산과 패거리 정치, 그리고 정파싸움만 일삼는 국회가 또 이어진다면 국민들이 다가오는 선거를 통해 혹독하게 심판할 것이다. 국민 스스로도 국가개혁의 주체가 되어 난국을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