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 진, 남경필, 박종희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과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고백하고 참회의 다짐을 했다. 지금까지 야당의원들에게 대정부질문은 정부와 여권의 실정을 질타하는 공세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세 의원의 고해성사는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 모두 당 대변인 출신이다.
먼저 최근 대변인직을 사퇴한 박 진 의원은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 대신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는 엄중한 현실에 대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부정비리와 국정혼선으로 얼룩진 노무현 정권을 질타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보다 앞서 우선 한나라당이 개혁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고 "먼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부터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은 국민의 요구와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개혁과 비전보다는 기득권과 반사이익에 안주했다"고 지적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반사이익을 포기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몸을 던져야 한다"며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백의종군을 다짐했다.
남 의원도 "국회의원직에 연연해, 또 당직이나 공천에 연연해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다. 옳은 길이 보이는 데도 양심이 가리키는 길을 가지 못했다. 이렇게 가야 공익인데도 반대표가 많다는 이유로 곡예정치를 했다"며 반성문을 써내려갔다.
그는 당에 대해 "오랜 여당의 경험으로 역동적이지 못하고 기득권과 권위주의에 매몰돼 역사와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면서 "한나라당은 합리적 개혁세력을 대표할 능력이 없다"며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젊은 정치인으로서 당이 새롭게 변해 합리적 개혁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청원 석방안'을 주도한 박종희 의원은 "그간 국민 여러분의 질타를 온몸으로 받았다"면서 "국회가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는 지적에 깊이 반성하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서 의원은 대선 불법자금 수사의 광풍에서 표적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정식재판도 받기 전에 유죄낙인이 찍힌 대한민국 정치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서 의원의 무죄를 입증해내 지난번 국회의 결정이 무책임한 `제식구 감싸기'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밝혀내겠다"고 변명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