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김정학
몹시도 배가 고파 작은 식당엘 갔더랬습니다
주인은 TV를 보고 나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김치찌개인가 부대찌개인가를 시켰더랬습니다
주인은 TV를 보면서 밥을 날라줬습니다
TV에서는 사랑과 전쟁인가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요
나는 밥을 먹으면서 저들의 싸움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는 사이 찌개는 식고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 거였습니다
주인은 간판 불을 끄고 거리는 가로등만 환했습니다
숟가락은 찌개 속에 담가 두고
반쯤 남은 밥그릇을 들여다보다
문득 허기가 밀려와 남은 밥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밥을 삼키려고
물을 마셨던 것 같아요
비에 젖은 길에는 사람도 없고 내 그림자만 길게 젖고 있었습니다
- 김정학 시집 ‘그리운 아무르강’
혼자서 밥을 먹는다. 몹시도 배가 고파 찾은 작은 식당은 주인 혼자다.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저들의 싸움을 생각해본다. 그러는 사이 찌개는 식고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그래도 꾸역꾸역 넘어가지 않는 밥을 먹는다. 허전함을 메운다. 알기 쉬운 진술의 이 시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낮은 독백 투의 문장으로 인해 더욱 쓸쓸함이 느껴진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여행하거나 돈이 많거나, 여러 가지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것이다. 오붓하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이다. 그 따뜻함은 우리가 잘살아가는 힘이자 밀려오는 허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다. 기러기아빠나 독신, 혹은 어찌할 수 없이 식사하는, 나 홀로를 위한 간단한 식품과 칸막이를 한 식당들이 등장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가 없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