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 거주하던 79세 어르신이 안양에 사는 딸네집에 찾아와 최근 심해진 다리통증에 대해 호소하였다. 최근 동네 마을회관까지 가는 길에 다리가 저려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데 2~3번은 앉아서 쉬어야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어르신은 주말에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후 시행한 몇 장의 X-ray 사진은 그간 어르신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몸은 아쉽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는데, 척추는 노화가 시작되는 속도가 빨라 젊은 나이인 40대 이전, 빠르면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척추 뼈나 후관절, 주변부의 인대들이 두껍게 되고 커지면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척수의 통로인 척추관도 좁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파생되는 가지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도 좁아짐에 따라 허리통증뿐만 아니라 엉치(엉덩이)나 다리 밑으로의 통증을 더 호소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하지의 방사통, 즉 하지의 저린 증세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모두에서 발생을 하게 되는 것인데, 척추관 협착증이 허리디스크와 다른 점은 바로 ‘파행’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파행(claudification)은 쉽게 풀어서 말하면 걸을수록 다리의 저린감이 심해지는 것인데, 이는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서 쉬면 증세가 호전된다.
대부분의 협착증은 이러한 파행증세를 수반하며, 좌측과 우측 하지 중 심한 증세는 있을 수 있으나 한쪽의 다리만 아프기보다는 양쪽 다리가 모두 아픈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한쪽 다리의 저린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허리를 구부림에 따라 증세가 호전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악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감별포인트가 있겠지만 환자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증세를 통해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전문가와 적절한 시기에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만약 치료방향의 선택에 있어서 고민스러운 순간이 필자에게 찾아온다면 일단은 약물치료와 주사치료인 보존적·비수술적 치료에서 최대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협착증이 매우 심하고 척추 마디가 불안정해서 흔들리는 경우에는 당연히 수술을 통하여 고정하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혀주는 방법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쉽게 얘기하면, 굉장히 심하게 좁아져 있는 협착증 환자가 어떠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한번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여 수술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꽤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심하지 않은 협착증이 영상에서 발견된 것과 비교하여 느끼는 증세가 많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이나 주사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수술적인 치료로 가는 경우도 가끔 있게 된다.
이렇게 협착증이라는 질환의 특성이 퇴행성이기 때문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협착증 환자는 어르신들이다. 거기에 그간 허리를 많이 쓰는 농사일로 일하시느라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겹쳐진 당뇨 및 고혈압, 심장, 신장질환은 수술을 하기 위한 마취의 위험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여러 신체적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착증 치료에 대해서는 치료방법뿐 아니라 수술 시기와 수술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환자와 상의하고 보호자와도 면담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