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심리적 나이가 어린아이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짜증과 분노를 잘 내고, 매사가 자기중심적이기 일쑤다. 어제 아침에도 비슷한 사람을 봤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매주 화요일이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이다. ‘왜 이리 날짜가 빨리오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하며 분리 수거해 놓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섰다.
밖은 전날 불던 바람이 돌풍으로 바뀌었고 빗방울은 더욱 굵어져 아파트 빈 공간에 마련된 수거 집하장은 엉망이었다. 이리저리 페트병이 뒹굴고, 쌓아 놓은 폐지 더미에선 신문지가 춤을 추며 날린다. 거기에 방향성을 잃어버린 비바람은 주민들이 쓰고 나온 우산도 가만 두질 않는다. 수거하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경비원들이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이나 어쩔 줄 몰라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집하장 한 귀퉁이서 주민 간 다툼이 있는지 큰소리가 났다. 다가가 보니, 모아온 페트병 등 여러 개의 플라스틱 용기들을 수거함에 넣으려다 도로위에 쏟아 놓고 그냥 가는 주민에게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하냐’는 경비원과 말다툼이었다. 40대 후반이나 됨직한 아줌마는 ‘비가 오면 쓰레기 수거를 하지 말던가, 그깟 일로 왜 사람에게 면박을 주냐’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고 한다. 그러자 경비원은 ‘그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화요일 수거했는데 뭔 소리냐’고 했는데, 자신의 주장을 ‘뭔 소리’라 했다고 꼬투리를 잡아 말다툼이 됐다는 것. 그 아줌마는 경비원의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바람에 날려 주변에 나뒹구는 쓰레기는 결국 우산도 쓰지 못한 채 경비원이 주워 담고….
상황만 다를 뿐, 살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트러블 메이커’로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듣고 남의 말은 안 듣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주장만 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는 무조건 화를 내는 것도 공통적인 심사라고 한다.
이러한 부모가 있거나 가장이 있는 가정은 그 가족 모두가 어린아이 상태로 심리적 나이가 고착된 것을 볼 때가 많이 있다. 또 서로에게 자신의 분노를 투사하고, 짜증부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치는지를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행동하기 일쑤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분노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일곱 살이나 열 살에 고착되어 있지 않은지 가끔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가정의 달 5월이다. 혹여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나는 안 그런가’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인이 되어도 나이가 들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가족이나 공동체들은 모두 역기능적이어서 그렇다. 잘 알다시피 이런 가정이나 공동체는 유독 갈등이 많다. 거기서 빚어지는 미움과 고통도 크다. 그렇다고 일 년 열두 달 삼백예순날을 매일 돌아보며 수도자처럼 반성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왕 가정의 달로 정한 5월이니 한번쯤 돌아보자는 얘기다.
우선 가족 간 소통부터 시작했으면 싶다. 그동안 소원한 일이 있었거나 서로의 체면(?) 때문에 내 마음을 열지 못했다면 그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상대의 약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최소한의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에게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은 익히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먹는 것이 부족하고 사는 환경이 조금 불편해도 소통이 원활하다면 그 가정은 괜찮다.
행복한 가정은 긍정적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 있는 가정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의사소통이 있게 되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정신이 맑다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자연적으로 우러나오게 되어 있다.
‘환상적인 가족 만들기’라는 책이 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 교수이며 가족학의 권위자인 스틴넷 부부가 전 세계 1만4천여 가족을 대상으로 25년간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행복한 가족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을 여섯 가지로 요약해 놓고 있다. 그 첫째가 가족에 대한 ‘헌신’이며 둘째가 ‘감사’, 셋째가 ‘애정’, 넷째가 ‘긍정적인 대화’, 다섯째가 ‘함께 보냄, 여섯째가 ‘스트레스와 위기를 대처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가정의 달,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