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이렇게 많이 발생할 때까지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분노를 넘어 한숨이 나온다. 가습기살균제로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이고 작년과 올해 신고 된 사망자를 합치면 239명에 이른다고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자료에 의하면 피해 신고자는 현재까지 총 1천528명이다. 하지만 잠재적 피해자는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때 관계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1998년 유해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2001년부터 시판됐다. 그리고 2006년엔 이 제품으로 인한 폐질환 사망자까지 발생했지만 정부의 조치는 없었다. 정부의 판매 중단 조치는 2011년에야 내려졌다. 이미 이 제품이 200만개 이상 판매된 다음이었다. 이시기에 피해자들의 고소가 있었지만 검찰은 작년 말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여론이 크게 악화되면서 국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4·13 총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책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국민의당은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더민주당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관련 법·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따라서 국회 청문회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조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의 비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청문회 등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사용한 살균제로 오히려 건강과 생명을 잃은 이들과 가족의 분노와 깊은 슬픔을 생각한다면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와 청문회,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뿐만 아니라 방향제와 탈취제, 그리고 손 세정제에도 유독물질이 사용됐다고 한다. 소듐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옥시레킨베킨저사가 만드는 손 세정제 데톨에 포함된 성분이다. 피부 알러지, 탈모, 백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다. 또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는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가 함유돼 있으며 발암 의심 물질인 실리실릭애씨드, 아크릴레이트 등도 확인됐다. 앞으로 정부는 이들 제품에 대한 철저한 유해성 평가를 거쳐 판매를 금지시키고 의법조치하길 바란다. 아울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국민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제품 심사 기준을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