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는 진중권 교수의 ‘정신분열 이상자’ 발언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한 진 교수는 “친노심판하겠다는 분이 봉하마을에 추모하러 온다고 한다”면서 “정신분열 이상자는 따로 있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졸지에 ‘정신분열 이상자’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진 교수가 국민의당 지지자와 논쟁을 벌이다가 나온 말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예를 벗어나도 크게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우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은 사실관계이다. 안 대표가 그동안 더민주 내부에 있는 계파 패권주의를 비판해 오기는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비판을 했다는 얘기를 접한 적은 없다. 반대로, 고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존경의 마음을 표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야당 내부의 특정 계파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을 추도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고인을 정치적 방패막이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어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도 7년이나 지난 지금, 어째서 오늘의 특정 계파에 대한 비판이 곧 고인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수많은 진중권들은 대답해야 한다. 그들이 지켜주려는 계파는 과연 ‘노무현 정신’을 초심 그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라 자신할 수 있는가.
오히려 고인의 생전에 ‘부시의 푸들 노릇하느라 정신 없는 노무현과 그 일당들’이니 ‘청와대에 사는 미친 ×’ 이니 하는 원색적 욕설과 비난을 수없이 쏟아냈던 것은 진 교수 자신이었다. 그런데 정작 욕설을 했던 사람은 아무런 사과조차 없이 7주기 행사 사회를 맡는다 하면서, 추도식에 참석하겠다는 정치인을 미친 사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추도의 정신에 맞지 않는 언행이다. 노 전 대통령이 비통하게 서거했을 때, 국민들은 함께 슬퍼하며 고인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저마다 달랐겠지만, 국민들은 그것을 뛰어넘어 고인의 죽음을 함께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전에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 있어야 했던 고인은 서거하고 나서야 비로소 국민이 하나가 되어 가는 길을 배웅해주는 인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추도식에 올 사람의 자격을 가리는 감별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감별의 기준이 고인에 대한 태도나 마음이 아니다. 단지 정파와 정견의 차이에 불과하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욕설과 조롱의 대표 주자였던 진 교수가 도대체 무슨 자격와 마음으로 그같은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섰는지 알 길이 없다.
단지 진 교수의 언행 하나만 갖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 때마다 반복되는 현장에서의 갈등도 이제는 넘어서야 할 때가 되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물세례와 야유를 받았다. 야당 내부의 ‘비노’ 정치인들도 야유와 욕설을 듣곤 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의 자리는 어느 정당과 정파만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하는 마음만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자꾸 ‘계파의 노무현’을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봉하마을 추도식에 앞서 광주에서는 5·18 기념식이 열린다. 역시 여야 정치인들이 광주를 찾을 것이지만, 이곳 역시 정치적 갈등의 흔적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국보위 전력에 대해 사과한 이상, 그를 배척하는 일 없이 손잡으며 맞아주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이 얘기되지만, 5·18을 기리기 위해 온다면 어색해 하는 일 없도록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 다시 5월이다. 이번 5월은 그렇게 가신 이들에 대한 추도의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