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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영남 대작 논란, 사기인가 관행인가

 

화가 겸 가수를 줄여서 스스로를 ‘화수’라고 부르던 조영남씨를 가까이에서 본 경험이 있다. 시사종합월간지 뉴스메이커가 잘 팔리던 2004년이었다. 당시 유인경 기자가 뉴스메이커 편집장이었는데, 뉴스메이커가 진행한 기념행사 장소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 안쪽의 홀이었다. 필자는 당시 세번째 개인전을 홀 입구의 전시장에서 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가난했기에 정식 전시장을 얻을 수 없었다. 지인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전시라서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 전시를 모르기를 바랐던 대학 은사님인 ‘일랑 이종상’ 선생님이 뉴스메이커 행사에 초대되어 오셔서 딱 마주쳤다. 전시는 컨셉도 중요하지만 규모도 필요하다면서 딱한 시선으로 말씀하시고는 홀 안으로 들어가셨다. 뉴스메이커 행사에 60여명이 모였는데 가장 유명한 인사는 ‘조영남’이었다. 맨 처음 축사를 조영남이 시작했다.

“세상 잘되는 것과 출세하는 것이 모두 운수와 재수이다. 운빨이다! 노력해도 안 되지만 운수 좋으면 출세한다. 나는 못생겼어도 운빨이 좋다” 이런 내용이 좀 길게 이어졌고 간간이 큰 웃음이 들렸다. 가난한 무명 화가로서 전시장을 지키던 필자는 속으로 말했다. ‘분위기를 살리려는 코미디 같은 축사이긴해도 너무한다. 노력에 대한 평가가 저렇게 모두 운빨(?)이라면 우리 사는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저 안에서 조영남의 축사를 듣는 노력파 화가인 일랑 선생님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저런 말 엄청 싫어하시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초 후 선생님과 경향신문 원로기자 두 분이 함께 그 축사 도중에 식장에서 나오셨다.

평소 화가는 성실성과 창의성이 있어야 하고 작품 소장자를 위해 작품 재료의 보존성과 제작기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혼성이 없이는 예술가일 수 없다고 가르치신 건강한 예술가로서 ‘조영남의 연설’은 도저히 못 들어줄 축사였다.

조영남은 지금까지 인기와 그림장사에서 스스로 외친 운빨(?)이 좋았다. 이번에는 재수가 없어서 이런 일도 생긴 걸까?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역시 운수가 나쁘다는 것이 확인이 된다. 그가 자기 입으로 자승자박한 점이 있는데, 널리 보급하기 위한 판화의 개념으로 대작(代作)을 주문했다고 한 점이다.

판화는 보통 진품의 10% 미만의 가격밖에 안 된다. 그래서 사기죄가 될 수 있다. 즉 구매자들이 화수(조영남)가 그린 진품인 줄 알고 샀는데 대작으로 만든 판화를 팔았기에 사기가 된다. 그의 변호사라면 이렇게 조언할 것이다. “내 몸이 멀쩡하지만 대작을 시키는 것까지 모두 나의 예술행위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바꾸어라!”

사실 대작을 시키는 화가는 많다. 관행도 맞다. 그러나 작품을 혼자 다루기에 너무 크거나 위험할 경우 또는 화가가 노쇠하여 붓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경우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경제적 효과를 보자는 것이 원래부터 그의 예술 컨셉이 아니었다면 그는 대작을 돈벌이 수단으로 대했다. 영혼성이 없는 그림을 그렸다. 은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는 예술가가 아니다. 광명시가 21일의 ‘조영남 빅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대만원으로 크게 흥행했을 것이다. 그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아마 또 다시 어떻게 코미디처럼 그 대작 논란을 변명할지 듣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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