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왕으로 누구나 세종대왕을 꼽는다. 군주제하에서 드물게 천재적 자질을 타고 난 왕이었던 세종은 엄청난 독서와 학문 연구로 여러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를 역사에 크게 빛나는 위인 중의 위인으로 꼽는 진짜 이유는 이상적인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그가 왕의 자리에서 보여준 합리적 결단력과 새로운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 쏟았던 성실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정책은 정권이나 장관 교체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어떠한 외압이나 정치적 논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정치적 환경과 거리를 두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의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사전 준비단계부터 수많은 행정력과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라도 새로운 정책 도입에는 치밀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형성된 국민의 신뢰야말로 정책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총선을 치르면서 장관이 교체된 행정자치부는 지자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었다. 지난해부터 지방행정기관의 효율성 증대와 주민 편의를 위한 행정서비스 도모를 이유로 책임읍면동제를 추진해왔던 행정자치부가 김포시를 포함해 책임읍면동제 추진을 준비하고 있던 지자체에 책임읍면동제 전면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행자부는 지난 3월 초까지도 책임읍면동제 추진과 관련한 표준메뉴얼(사회복지업무 30개 표준안 등)을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고, 단계별 3개년 추진계획 변경(안)까지 협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4월 총선에 임박해 협의가 지연되더니 결국 뜬금없이 이달 초부터 정부 정책이 읍면동 복지허브화로 변경됐다면서 책임읍면동제 전면 중단을 통보해 온 것이다. 그동안 책임읍면동제를 적시에 추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청사 증축을 추진하며 실시설계를 진행해 왔던 지자체들은 행정력을 낭비한 것은 물론 청사 증축에 따른 설계비용마저 날려버리는 꼴이 됐다.
이것이야말로 중앙정부가 지자체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소중한 국민 혈세의 낭비를 초래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믿어왔던 시민들의 신뢰를 헌신짝 버리듯 포기한 행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책임읍면동제가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고 시민에게는 접근성의 용이함을 통해 최선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역설했던 행자부는 이번 중단사태와 관련하여 반드시 해당 지자체 시민과 지자체에 정책을 전환한 배경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향후 대안 및 이미 기투자한 예산의 보전 등 전격 중단에 따른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하나의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충분한 준비기간과 치밀한 검토 등 만전에 만전을 기한 후에 일선 지자체에 적용하는 기본적 마인드를 공고히 하여 다시는 이런 시행착오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