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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1세기판 분서갱유(焚書坑儒)

 

국공립 문화예술단체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국립극장이 건립된 것이 1950년도의 일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다.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서울예술의전당은 전두환 정권인 1988년에 건립됐다. 전란의 와중에도 군사정권시절에도 문화예술의 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1991년에 세워져 이제 25년이 된 전당을 다른 곳도 아닌 경기도 당국이 폐쇄를 획책하고 있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의 전당 폐쇄 조치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것도 근시안적인 일부 간부의 주도하에 컨설팅 회사의 부실한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폐쇄를 결정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군사정권보다 못한 일이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다. 기원전 200년경인 진시황 시절에 자행된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연상시킨다.

국공립예술단체의 건립 토대는 무엇보다도 ‘공공성’과 ‘예술성’ 확보에 근거한다. 경영의 ‘효율성’은 그 다음이다. 민간에서는 관심도 없는 소위 ‘돈 안되는’ 문화예술작품을 많이 만들어내 이를 전 국민이 맘껏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예술의 공공성이 아닌가. 돈도 안 되고, 대중적인 관심도 없지만 반드시 해야만 할 것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것이 ‘시장논리’고 ‘경제논리’다.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울예술의전당조차도 유료관람객 수가 40% 미만이다. 구미각국의 주요 공연단체의 유료관람객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2016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시장의 잣대를 들이대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 중의 하나다. 그중에서 뉴욕예술의 메카가 바로 링컨센터다. 링컨센터는 극장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며 콜라보를 구가하는 상생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경기도청 간부들은 왜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걸까.

드골정권에서 문부상을 지낸 바 있는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지원이나 불간섭은커녕 아예 전당의 폐쇄를 획책하는 경기도 당국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단순히 전당이나 도립예술단체의 직원이나 단원들만이 아니다. 문화복지의 혜택, 문화향수의 권리를 가진 경기도민들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요즘은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한결같이 ‘문화강국’을 꿈꾸고 있다. ‘문화’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산업’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문화산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명실 공히 세계적인 문화융성의 시대다. 우리의 시대정신은 ‘문화대통령’을 요망한다.

남경필 지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권 잠룡의 한 사람이다. 남지사가 경기도문화의전당을 폐쇄한 장본인이 되는 순간 그의 대권에의 꿈은 비산(飛散)할 것이다. 전당의 폐쇄와 같은 엉터리 플랜이나 만들어내는 몰지각한 참모를 계속 옆에 두고 있다가는 남지사의 정치생명은 사정없이 단축될 것이라고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전당의 폐쇄와 같은 전대미문의 반문화적 폭거가 남지사의 결단으로 바로 잡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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