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핸드폰을 분실했어요. 좀 찾아주세요.”, “자동차 키를 하수구에 빠뜨렸어요. 와서 꺼내주세요.”
119 상황실에 종종 접수되는 생활민원성 신고 내용의 일부이다.
과거에는 소방의 업무가 주로 화재, 구조, 구급 위주였으나, 이제는 높아진 안전의식과 생활수준에 의하여 국민들이 요구하는 서비스가 실로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따라서 소방관서도 그에 부응하기 위하여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민 생활의 전반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인적·물적 자원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선에서 근무하는 필자가 국민들에게 지금부터 한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소방 서비스를 아껴서 써보면 어떨가?
소방 서비스는 대표적인 공공재(公共財)이다. 공공재는 시장의 가격 원리가 적용될 수 없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배제성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즉, 그 속성에 의하여 누구나,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어떤 일에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비위급한 상황에서 개인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방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것은 일종의 공공재의 낭비다. 소방의 업무는 그 특성상 매우 위급한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심장이 멈춘 사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 난간에 매달려 있는 사람, 화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핸드폰을 분실한 사람, 자동차 키를 하수구에 빠뜨린 사람, 길가에 버려진 고양이가 측은한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내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해결한 한건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말 귀한 한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얼굴 없는 그분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고 소방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