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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상림십경 중 어수당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아름다운 전경 10곳을 뽑아 시를 남겼는데 4경은 어수당(魚水堂)으로 ‘어수 범주(魚水泛舟)’를 지었다.

물은 따습고 고기 숨은 물가의 햇살 한가로운데(水暖魚潛渚日悠)/ 붉은 닻줄 거두지 않고 연주를 놓았네(不收紅纜放蓮舟)/ 미가의 서화를 산처럼 싣고 다닌다면(米家書?如山載)/ 넉넉히 춘풍 아래 한만 하게 노닐 수 있으리(?得春風汗漫遊)

봄에 어수당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서 지은 시로 ‘햇살 풍요로운 날 연주(신선이 타는 배)가 있는데 미가[송나라 명필 미불(米?)이 자신의 글과 그림을 배에 싣고 유람하여 이를 미가주(米家舟)란 함]의 그림을 실으면 봄바람에 마음껏 놀겠다.’는 뜻이다.

어수당은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동궐도에 표현되어 있어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용지와 영화당을 지나 돌로 된 불로문(不老門)을 지나면 애련지와 애련정이 있으며 서쪽으로 어수당과 또 다른 연못이 있다. 두 연못은 ‘동궐도’에 의하면 애련정이 서쪽 연못 보다는 조금 더 커 보이므로 ‘어수 범주’에서 배를 띄운 연못은 애련지라 추정할 수 있다.

어수당은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왕과 신하를 의미하며 임진왜란이 끝난 후 경희궁에 같은 이름의 별당을 광해군이 짓은 적이 있었다. 창덕궁의 어수당은 효종이 송시열을 만나 북벌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었다. 어수당은 효종 이후에도 국왕도 신하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어 개인기록에도 어수당의 내용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어수당의 규모

1820년대 후반에 제작한 ‘동궐도’에서 어수당을 보면 정면 4칸으로 짝수 칸인데, 국왕이 정치하는 중요한 건물을 홀수 칸으로 하지 않고 짝수 칸으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동궐도’가 병풍으로 여러 그림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배접하면서 어수당의 일부가 없어졌다고 보인다. 마침 ‘동궐도’보다 약100년 전에 만들어진 ‘무신친정계첩(1728)’에 어수당이 나와 있는데 기둥과 초석을 세어보니 정면 5칸이 확실하다. ‘무신친정계첩’은 어수당을 주제로 그린 것으로 어수당이 매우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어수당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지붕을 보면 팔작지붕으로 용마루가 회로 마감된 양성 마루이고 처마마루 위에는 잡상(장식기와)들이 설치되어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기단은 장대석 5단으로 매우 높으며, 계단은 정면 3곳에 설치되어 있어 의례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건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연못의 담장

어수당의 좌우에는 연못이 있는데 동쪽 연못은 애련지라고 하며 서쪽 연못보다 크고 애련정이 연못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이름처럼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리고 서쪽 연못은 특이하게도 담장으로 둘려 있고, 담장과 연못 사이에는 문 이외 다른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못은 조경시설물로 잘 보여야 하는데, 서쪽 연못을 폐쇄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궁궐 후원 자체가 사적인 공간인데 여기서 공간을 더 폐쇄적으로 만든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무신친정계첩’을 보면 서쪽 연못에는 동쪽 연못과 다르게 연꽃은 보이지 않고, 연못 안에는 오리로 추정되는 2쌍이 헤엄치고 있다. 이렇게 폐쇄적인 공간을 만든 것은 외부로부터 보호가 아닌 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오리 같은 조류를 사육할 목적이 있어 담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끝으로 어수(魚水)는 물고기와 물이 서로 만났다는 뜻으로 국왕과 신하의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어수당은 왕실의 정원에서 국왕만을 위한 건물이 아닌 신하와 함께하는 의미의 건물이다. 어수당의 자료는 ‘동궐도’와 ‘무신친정계첩’에 잘 나타나고 있어 복원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늠름한 어수당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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