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에서 바다 쪽으로 나가면 쯔꾸바란 도시가 있다. 20여 년 전 그곳에서 일본 과학박람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일본의 첨단기술을 세계에 알리려는 야심으로 열린 박람회였다. 박람회장 입구에 일본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조그만 전시물이 있었는데, 그것은 예상 외로 토마토 재배장이었다. 토마토 한 그루에 무려 일만육백 개의 토마토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박람회가 열리던 날 토마토 한 포기에 열린 엄청난 열매를 본 기자들이 그 토마토를 기른 농민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런 기적같은 농업을 할 수 있었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농민이 답하였다. “토마토 씨앗 속에 부여하여 놓은 생명의 힘을 농사꾼이 뒷바라지만 잘 하면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농민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 토마토를 본 후로 늘 생각해 왔다. 우리 두레마을에서도 때가 되면 이런 토마토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5년 전 칠십 나이에 구리두레교회를 은퇴하면서 동두천에 6만평의 산을 구입하였다. 버려진 악산(惡山)에 도전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복지를 만들겠다는 선한 야심을 품고 시작하였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산골짜기가 완연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올해는 50평짜리 비닐하우스도 3동을 지어 채소농사를 시작하면서 토마토를 심었다. 토마토를 심기 시작하였을 때에 20여 년 전 일본 과학박람회 전시장 입구에 서 있던 토마토를 생각하였다.‘어떻게 하면 일만육백 개는 아니더라도 일천육백개의 토마토라도 열리는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이제 시작이니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10년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해 낼 작정이다. 다만 도전하고 도전하여 끝장을 보는 감투 정신이 없을 따름이라는 각오로 시작한다. 한국 농민이 네덜란드 농민보다 못한 이유가 전연 없다. 그리고 한국 농민이 일본 농민보다 못할 이유는 더 더욱 없다. 다만 뜻을 세우고 꿈을 길러 함께 도전하는 정신이 없고 마음가짐이 없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