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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10원짜리 동전과 문화예술의 비슷한 처지

 

최근 뉴스에서 밀린 월급을 10원짜리 동전 부대로 지급한 악덕 사장들에 대한 소식이 들려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이 뉴스는 10원짜리 동전의 값어치가 세상에서 얼마나 하찮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데, 요즘엔 길에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다는 이 10원짜리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물건의 값이나 세금 등 각종 액수들은 십 원 단위로 표기가 되곤 한다. 소지하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액수들을 백 원 단위로 조정해 버린다면 물가와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하거나 금액들에 큰 왜곡이 생겨 우리의 경제계에는 엄청난 혼란이 초래된다고 한다. 화폐 단위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것은 논리와 개념의 차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화폐 중 가장 단위가 큰 5만 원짜리 지폐는 최근에 만들어졌기도 했지만 당장 그것이 없어진다고 해도 그 역할을 다른 단위의 화폐들이 대신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10원짜리 화폐의 기능은 대체불가능하다.

우리의 주변에는 비록 돈이 되지는 않지만 그 대체불가능 한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며, 이는 한 사회를 이루는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학과 기술, 기업 활동 등 생산을 담당하는 분야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예술, 역사와 철학 등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우리의 생각과 감성을 살찌우는 분야도 중요하다. 문화와 예술은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돈이나 먹을 것을 쥐어주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삶을 좋은 방향과 미래로 인도하는 지혜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어김없이 문화와 예술은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공격을 받곤 한다. 나라의 전체 살림살이 중 아주 작은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고, 사실 경기 침체 현상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술가들은 두말할 것 없고,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대다수가 사회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작업의 대가를 지급받기 위하여 종종 공공기관으로부터 각종 영수증과 증빙자료를 요구받곤 하는데, 이는 예술작품의 가치를 제작비 기준으로 산정함으로써 예술가의 시간과 노동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러한 관행은 급료를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하는 것만큼 부당하다. 그러나 관성은 크고 예술가들의 자존감은 낮다. 필자는 가끔 예술가들이 가슴팍에 ‘10’이라는 숫자를 주홍글씨처럼 달고 다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대우에는 ‘돈 벌지 않는 사람’, ‘적자를 내는 사람’이라는 가정이 암묵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10원짜리 동전은 구리 65%, 아연 35%로 이루어져 있어 동전 하나를 만들기 위해 40원 가까이 들여야 한다고 하니, 사실 제대로 적자를 내고 있긴 하다. 최근 구리 값이 상승하면서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구리를 추출하여 판매함으로써 2억 원 상당의 이득을 취했다는 일당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도 접하였다. 10원짜리 동전은 냄새 제거와 전자파 차단의 효능도 지니고 있어 동전을 모아다가 신발장이나 냉장고 안, TV 곁에 두고 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필자는 문화와 예술이 지닌 고유한 사회적 기능을 무시한 채 경제적인 이유, 혹은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정책과 예산을 흔드는 행위가 10원짜리 동전을 엉뚱한 기능으로 쓰거나 혹은 불법적으로 녹여 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도지사가 바뀌거나 경기도의 조직이 바뀔 때면 문화예술정책이 바뀌고, 사업 기획의 방향도 바뀌었으며 공공 문화예술 기관의 조직도 바뀌어 왔다. 공공성을 위해 쓰여야 할 에너지들은 혼란과 불안감 속에서 엉뚱하게 소모되어 왔다. 제발 문화예술의 고유성을 인정해 달라. 10원짜리 동전들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적절한 양만큼 제작이 되어 사회의 이곳저곳 자유롭게 흘러야 하듯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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