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왜 이러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내년 예산에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주선 의원(국민의당)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의하면 기록유산 등재를 비롯, 위안부 기념사업 관련 5개 항목 예산 11억5천만원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편성된 예산 4억4천만원도 지금까지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이후부터 추진을 멈췄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김경협 의원(더민주)은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사업 예산 삭감과 관련한 외교부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여가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등재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삭감한 까닭은 지난해 12월 28일 두 나라 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 때문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의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가 위안부 합의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이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삭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면합의가 없었다고 부정했다.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와 관련, ‘양국정부가 성실하게 잘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인식의 차이가 없다’는 답변도 했다. 실제로 위안부 합의 이후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위안부 합의 이행에 따라 한국이 유네스코 등재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대로 한국은 행동하고 있다. 심재권 외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합의문 3항에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각 전문가들은 이것이 유네스코 등재문제를 거론 않는 것으로 이미 말했었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위안부 합의가 굴욕적 합의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합의를 왜 서둘러야 했을까? 더욱이 합의 후 일본 중의원인 자민당 사쿠라다 요시타카라는 자가 ‘위안부는 직업적 매춘부였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유네스코 등재신청 예산을 삭감하고 기 편성된 예산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뭔가 석연치 않고 답답하다. 피해자이면서 서둘러 일을 덮으려고 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 않다. 오죽하면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라도 나서 등재에 앞장서겠다고 했을까. 다시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