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
/김재근
죽은 향이
혼자 누운 방에 천천히 드리울 때
나는 잠속에서도 자주 말라갔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그림자
지상에 남긴 영혼이
마지막 그을음이라 불러도 될까
피었다 스러지는 창가의 시간이
먼 생의 일이라면
벽 속에 고인 잠으로 스며들기를
나는 오래 기다렸다
나는 꽃을 말리려던 게 아니라
지우지 못했다
물기 다 빠져나간 벽에 잠이 든 장미
별이 뜨거워 먼지가 흘러내리듯
나는 벽에 걸린 순교다
-현대시 (2016년 1월호)
드라이플라워는 박제된 꿈을 표상한다. 시간과 공간의 아우라가 그 마른 물상에 스며있으므로 한 때 호시절이었던 꽃의 기억을 거느리고 있다. 화자는 마른 꽃과 자신의 모습을 병치시키며 끝내 서로 물화되는 시적 순간 벽에 걸린 순교의 이미지로서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시인은 왜 자신을 벽에 걸었을까. 말라가면서도 지우지 못한 게 무얼까. 모든 감각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마를 것 같은, 그래도 지울 수 없다는 그의 시세계가 궁금하다. 요즘은 마른 꽃 장식이 유행이다. 압화도 그의 일종이라 볼 수 있겠다. 생화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 그러고 보면 생명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그 지난한 과정과 아픔에 대한, 원개념을 포괄하는 생래적 꽃의 의미에 대한 적절한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