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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무엇이 한 사회의 주류에 속한 사람들을 각기 다르게 만드는가의 문제와 관련해서 수천 년 간 지속되어 온 본성-양육 논쟁은 사실상 끝이 났거나 끝이 나야 한다"
「빈 서판(The Blank Slate)」은 인간 본성에 관한 개념이 현대 생활에 미치는 도덕적, 정서적, 정치적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는 경험론에 바탕해 인간이 이상, 진리, 신의 관념 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본유 관념론'을 공격했다. 그의 '빈 서판(書板)' 개념은 세습 왕권과 귀족 신분의 정당성을 뒤흔들었고 이후 오랫동안 정치적, 윤리적 보편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유전자 지도로 대표되는 20세기 생물학적 발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전자 결정론-환경 결정론' 또는 '본성-양육' 논쟁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언어ㆍ인지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유전과 문화의 영향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빈 서판에서 출발한다'는 환경 결정론을 반박하면서 그 폐해를 조목조목 따진다.
핑커는 '빈 서판' 이론이 인간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왜곡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얼마든지 가공 가능한 원재료로 파악해 오로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강압적인 교육과 환경 조성에 집중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인간 본성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본성에 대한 학문적 토론 자체를 '추악한 이단'으로 몰아세웠다고 한다. 핑커는 객관적 분석은 사라지고 정치적 비방과 인신 공격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말한다.
"지적 타락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로 인해 인간 본성과 관련된 긴급한 주제들이 부상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분석할 채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핑커는 또 기존 학계의 인간 본성에 대한 부인을 "공상적인 믿음을 과시해 신앙심을 입증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사고 방식"이라고 평가하면서, 본성과 양육이라는 두 관점을 보다 균형있게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신체적 외모나 지역 문화와 같은 피상적 차이 밑에 숨어 있는 인류의 심리적 통일성을 밝혀줄 것이라고 본다. 문화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문화를 창조하고 학습하게 만드는 정신적 설비가 없다면 문화도 존재할 수 없다는 입장.
책은 이어 정치, 폭력, 성(性), 육아, 예술과 인문학 등 인간 본성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을 살폈다. 사이언스북스 刊. 김한영 옮김. 904쪽.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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