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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교육부 관료와 ‘쥬토피아’

 

유토피아(Utopia)라는 용어를 제일 처음 알린 사람 중의 하나는 토마스 모어다. 토마스 모어는 당시 영국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회를 제시하는 책을 썼는데, 그 책 이름을 유토피아라고 붙인 것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로 U라는 단어와 Topia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U는 라틴어로 ‘존재하지 않는’이라는 의미이고 Topia는 ‘땅’ 혹은 장소라는 단어이다. 그러니까 Utopia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 땅’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희랍어를 어원으로 갖고 있는 Zoo라는 용어를 Topia라는 단어와 합해보자. 그러면 ‘쥬토피아(Zootopia)’, 그러니까 ‘동물들의 땅’이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이런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얼마 전에 개봉한 바 있다. 여기서 쥬토피아를 말하는 이유는 바로 지난 주말, 교육부의 고위 관료가 ‘민중들은 개 돼지’라는 용어를 구사하며 ‘신분제 사회’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료는 모 일간지 기자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일반 민중들은 개 돼지처럼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단다. 그리고 미국의 예를 들며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고 하며 신분제가 공고해졌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을 무척 좋아하는 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소리를 오바마 대통령이 들었으면 무척 기분이 안 좋았을 듯하다. 본인이 흑인인데,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높은데 올라가지 않으려하며, 그냥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한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 관료는 나중에 ‘상과 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라며 해명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말하는 합리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이 교육부 관료라는 사실이 무척 경악스럽고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우선 교육이라는 것은 신분사회의 고착화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교육은 신분질서를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독일의 사회철학자 로렌츠 폰 슈타인(Lorenz von Stein)이 한 말이다. 헤겔(Hegel)의 직속 제자였던 슈타인은 교육이라는 존재는, 한 사회에 있어 ‘기회의 균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역설했다. 지금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다수 국가들에서 대학 등록금이 없는 이유도, 돈의 유무에 따라 ‘기회의 균등’을 박탈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회의 균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과의 평등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기회의 균등’은 보장해 주어야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분제 사회는 이런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 별 관심이 없다. 신분제라는 사실 자체가, 계급처럼 신분의 대물림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교육 관료라는 이름을 달고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의 또 다른 기능은 바로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교육이 단순히 ‘먹고 살게’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재국가들은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을 받게 되면 ‘먹고 사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게 되게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관료의 교육에 대한 관점은 무척 다른 것 같다.

교육부는 이 관료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다고 한다. 실제로 그래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이 ‘쥬토피아’였는지는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교육에 의해 계층상승이 얼마든지 가능한 나라, 패자 부활전이 얼마든지 가능한 나라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바로 이런 ‘희망’을 만드는 수단이자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