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찬반 논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주민들의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대한민국 미래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국민과 국가를 지켜야 할 의무”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모습이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논거는 간단하지 않다. 첫째, 효과에 대한 불신이다. 사드는 탄도 미사일 요격을 위한 것인데, 북한이 장사정포 대신 북한이 우리에게 구태여 탄도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사드는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남부권이 배치 지역이 될 경우, 2천만 국민이 사는 수도권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제까지의 설명과는 달리, 사드가 국내 방어용이 아님을 정부도 이미 공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두 번째,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후폭풍이다. 사드를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두 나라는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한국 내 사드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부대의 전진 배치 구상을 밝혔고, 중국 또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장차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어떤 분쟁이 있을 때 한국 내 사드 기지가 타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사드 배치에 분명히 상응하는 조치 취할 것”을 공언한 중국이 경제보복에 들어갈 경우 우리 경제가 휘청일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세 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가 신냉전 체제의 화약고가 되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는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대치 구도를 낳을 것이고, 그 중심 무대가 되는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것이다. 장차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핵과 미사일이 집결하는 화약고가 될 것이며, 기름 위에 누군가가 성냥불을 던질 경우 파국적인 재앙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한 동맹국으로서의 댓가치고는 너무도 가혹하고 피해가 크다. 안보는 물론이고 외교, 경제 등의 전 분야가 얽혀있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몇사람이 밀실에서 결정하고 갑자기 국민에게 통보하면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당연히 먼저 국민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절차 마저 건너뛰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무모함에 놀라게 된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당연히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1항에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가 갖는다고 되어 있다. 사드 배치는 물론 우리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다. 그 점은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 것이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밝힌 선례들도 있다. 주한미군에게 토지를 공여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과 LPP 개정협정, 용산기지이전 협정에 대해 지난 2002년과 2004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알려진대로 남부권의 우리 기지를 미군에게 넘겨주는 방식이 될 경우 우리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으로 국회 비준이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사드배치의 결정 과정에 한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정식으로 밟아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관한 중대 문제이다. 그것을 국민과 국회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밀어붙였을 때 사드 배치과정은 다시 심각한 사회·정치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정부는 서두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