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정폭력의 정의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 그리고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정도와 행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은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래왔지만 현재까지도 TV 드라마 등을 통해 가족 간의 폭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지만 그냥 가족 간의 불화나 다툼정도로만 표현할 뿐 범죄로서 인식을 하게끔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언론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 보도되면 그제서야 마치 여태껏 없었던 신종 범죄가 생겨서 사회를 크게 어지럽히고 있는 듯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가정폭력 신고를 접하고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보이는데, 그중 하나는, 수년간에 걸쳐 수십 차례 반복되어 피해자들이 버티고 견디다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신고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한 번 신고가 된 가정은 이후 반복적인 신고가 접수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발표된 통계만으로는 가정폭력의 수치를 가늠할 수가 없다.
가정폭력 행위자들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주로 하는 말이 있다. “가정문제인데 남들이 왜 관여를 하느냐”라는 말이다. 왜 우리는 그동안 관여하지 않았던 것을 이제야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동안 사회적 법과 제도가 미비했다는 방증이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건 처리하면 이혼해야 되는 거 아닌지,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고했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더 심해질 수도 있고”라며 푸념을 늘어놓고는 한다. 이것 역시 지금까지 가정 내의 범죄를 묵과하고 방임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가정폭력에 대한 의식 변화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