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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달라도 너무 다른 사춘기 남자와 여자

 

“남자아이 훈계하기가 참 힘드네요. 아들 키우다 보니 제 목소리만 커지고….”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인 어머니는 아들의 특성을 잘 몰라 당황하고, 아버지도 딸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다.

‘잔소리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언급했듯이 사춘기 딸과 사춘기 아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같은 상황에서도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게 말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아들의 특성을 부모님들이 잘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첫째, 서로 다른 특징들 중 가장 두드러진 점 하나는 십대 소녀의 뇌가 십대 소년의 뇌보다 2~3년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한 신경정신과 의사 루안 브리젠딘(Louann Brizendine)에 의하면 사춘기의 뇌는 성장하면서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이 편도체에서 전전두엽 피질로 천천히 옮겨가는데, 이러한 이동이 십대 소녀에게서 먼저 일어난다고 한다. 즉 소녀들은 전전두엽 피질에서 감정을 처리하기 시작하므로 부모의 요청을 비교적 순순히 받아들이는 반면 소년의 뇌는 사소한 잔소리에도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기 쉽다는 것.

따라서 남자아이에게 “누나는 사춘기 때 안 그랬는데, 너는 왜 이렇게 화를 잘 내니?”라고 나무라는 건 오히려 화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다. 아들의 뇌는 아직 자라는 중이구나 생각하면서 잔소리 대신 온화한 말로 요청하는 편이 낫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다른 특징 또 하나는 십대 남자아이들의 경우 제2차 성징을 나타나게 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십대 소년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절정에 이르면 분노와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에 테스토스테론 양이 많아져 공격성과 분노가 폭발한다. 화를 내면서 문을 쾅쾅 닫거나 쉽게 짜증을 내는 까닭은 분노 조절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학생들의 경우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은데, 십대 여자아이들이 소년들보다 더 우울해지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즉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사춘기 소녀가 또래소년보다 우울감이나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셋째, 십대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공감인지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사이먼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 박사가 실험을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여성의 뇌가 공감에 더 적합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그러나 뛰어난 공감인지능력 때문에 친구들의 생각과 감정에 휘말리기도 쉽다.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자신도 마치 그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공감함으로써 아파하거나, 친구를 따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때 부모님은 딸이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훈계해야 한다.

한편 남자아이들의 뇌는 여자아이들의 뇌에 비해 감정 표현에 미숙하다. 뇌신경과 세로토닌 연구의 권위자인 아리타 히데오(有田秀竭) 교수는 그 이유를, 남자아이의 뇌양(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다발)이 여자아이만큼 두껍지 않기 때문에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언어 표현과 관련된 좌뇌가 여성만큼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부모들은 의식적으로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격려와 적절한 칭찬을 통해 ‘나는 언제나 너의 말을 경청하고 있으니 무엇이든 말해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춘기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특징을 알면 알수록 부모들은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고, 나아가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올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바꿔주는 ‘성품훈계’가 가능해진다. 성품훈계란 ‘자녀가 좋은 성품으로 성장하도록 부모와 교사가 좋은 성품으로 가르치고 수정하고 훈련시키는 것(이영숙, 2005)’다. 그러므로 사춘기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좋은 생각, 감정, 행동을 가르치고 훈련시킨다면 성품훈계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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