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런, 이런
/정숙자
사돈댁에서 꼬막을 한 상자 보내왔다
뻘이 잔뜩 묻어 있다
와르르 쏟아붓고 문질러 씻는다
살아 있다는데
얼마나 무섭고 어지러울까
꼬막끼리 부딪는 소리가 하늘에 찬다
씻고, 씻고 몇 번이고 또 씻고
끓은 물에 꼬막을 집어넣는다
“살아 있는 꼬막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는 사부인 말씀대로
정확(鼎?)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꼬막
이렇게 믿을 만한 것이
예쁘게도 생긴 것이
요렇게 작은 몸을 하고 묻혀
있었다니, 뻘밭에서 뒹굴고 있었다니
- 정숙자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 / 천년의 시작
“살아 있는 꼬막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작은 꼬막 하나의 고집과 비밀은 끝까지 밀고 간다는 당연한 의지가 얼마나 필요한 시대인지요. 자고 나면 말의 화근이 사건으로 이어지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요즘입니다. 뻘밭, 그 원형의 자연과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꼬막의 귀엽고도 야무진 신념이라니요. 어찌 예쁘고 기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더구나 사부인의 선물이란! 혹여 딸의 흠이 있더라도 끝까지 꼬막처럼 예쁜 입을 당부하는 넘치는 센스이지요. 서로의 귀한 자식을 사이에 둔 사돈지간이란 또 얼마나 예민한 관계인지요. 그러나 꼬막의 정신이라면 모든 가정이 화목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