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수원 한국전력이 젊은 측면 공격수와 베테랑 센터가 조합을 앞세워 강팀으로 변모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3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년 청주 한국배구연맹(KOVO)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구미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1(25-20 18-25 25-19 25-21)로 제압하고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실업대회나 전국체전에서는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프로대회에서는 대부분 하위권에 머물며 ‘약체’로 꼽혔다.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다.
그러나 KOVO컵 우승으로 오는 15일 개막하는 2016~2017시즌 V리그에서는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3일 끝난 KOVO컵에서 드러난 한국전력의 전력은 역대 최강이었다.
전광인(25), 서재덕(27), 아르파드 바로티(25) 등 삼각 편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국가대표에서도 주전급으로 꼽히는 전광인과 서재덕은 한국전력에서만 4시즌째 손발을 맞추며 조직력과 기량면에서 절정에 올랐다.
또 올 시즌부터 남자부도 외국인 선수를 자유선발제가 아닌 트라이아웃으로 뽑으면서 그동안 한국전력의 약점으로 꼽힌 외국인 선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올해 뽑은 바로티는 신영철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바로티가 젊은 공격수라는 점에서 체력 싸움의 우위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또 다른 약점이었던 중앙은 베테랑 센터 윤봉우(34)를 영입하면서 메웠다.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에서 플레잉코치로 뛴 윤봉우는 은퇴 갈림길에 섰지만 현대캐피탈과 일단 FA 계약을 한 뒤,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다.
윤봉우는 KOVO컵 준결승에서 블로킹 4개, 결승에서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며 V리그 최고령 선수 방신봉(41)과 함께 한국전력의 중앙을 책임져 정규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여기에 젊은 센터 전진용(28)이 노장 선배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무장한 한국전력에 가장 큰 힘은 선수들의 간절함이다.
대회 최우수선수에 오른 전광인은 “선배님들부터 저까지, 저마다 이기고 싶은 이유가 있다. ‘한국전력은 안 돼’라는 말에 오기도 생겼다”며 간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KOVO컵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인 한국전력이 V리그에서 남자 배구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