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수들의 ‘불손한’ 행동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정작 경기에 패하자 자신이 책임을 지기보다 남 탓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42년간 지속한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최근 이란전만 4연패. 경기 결과는 0-1이었지만, 내용상 완패였다.
이전 3경기는 그나마 우세한 내용을 보이다 아쉽게 실점하면서 패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슈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이란과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왔다”고 큰소리쳤지만, 이날 보여준 기량 차는 훨씬 컸다.
무엇보다 선발 라인업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더니 뒤진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해 감독의 ‘전술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패배의 책임을 선수에게 돌렸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특히, “우리에게는 카타르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화살을 공격수들에게 돌렸다.
앞서 카타르전에서는 2골이나 허용하자 “홍정호가 전반에는 페널티킥을 주는 과정에서 실수했고, 후반엔 자신의 패스 실수 이후 파울까지 하면서 퇴장을 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과 경기에서 3-0으로 앞서가다 두 골을 허용했을 때에도 “일부 선수들은 경기 감각 상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며 선수 탓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패한 뒤 한국 축구의 시스템까지 문제 삼았다.
한국이 42년 동안 선수도, 감독도 바뀌면서 이란 원정에서 이기지 못한 것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후반 44분 교체되자 물병을 걷어차 논란이 된 손흥민(토트넘)에 대해 ‘불손한 행동’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에 대해서도 소속팀 감독과 문제가 있었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처럼 자신의 책임보다 선수 탓, 한국 축구 수준 탓을 하는 것은 사령탑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은 6경기. 한국은 이란에 패배하면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조 3위로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회 연속 본선에 오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