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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빨리 달려 어디를 가십니까?

경기도의사회장 정복희

안양에서 수원을 가다 보면 지지대 고개가 나온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8차선으로 제법 교통량이 많은 편이다. 올라가는 고개길 위에 '그렇게 빨리 달려 어디를 가십니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현수막의 내용은 교통안전 교통질서를 위한 표어다. 그래, 당신들은 그렇게 빨리 어디들 가지? 현대인들은 누구나 시간은 곧 돈이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살아간다. 옆도 뒤도 안보고 앞만 보고 달려들 간다. 그러다보니 불행하게도 교통사고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80년대던가, 교통위반을 막기 위해 한동안 대로변에 교통순경 인형을 세워 놓아 처음 지나치는 운전자들은 제풀에 놀라서 주의를 하는 듯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비웃고 지나가는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한동안은 교통위반을 할 만한 곳에 숨어서 위반하는 교통차량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는 카파라치라는 직업이 등장했던 때도 있었다. 이는 뭐든지 '빨리 빨리'를 외치는 국민의식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선거 철이 다가 오면서 젊은 친구들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물가리를 해야 한다며 노장들은 물러가란다. 당신도 시간이 지나면 늙을 덴데…. 그렇게 빨리 달려 어디를 가시렵니까, 묻고 싶다. 나이는 죄가 아니다. 나이는 무능력이 아니다. 능력과 경륜, 지혜를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써비스 할 수 있다. 괴데는 80 나이에 파우스트를 썼고, 칸트는 70 이 넘어 순수이상비판을 저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시대에 깊숙히 접어 들었다. 이제 사회적으로도 일하는 노년, 현역으로 사는 노년들이 많이 필요 할 때가 오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그렇게 빨리 달려 도착 할 곳이 어딘가? 행복한 곳인가? 성공하기 위함인가? 어차피 인생은 덫 없다고 성현들은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속도 위반은 사고의 원인'이라는 교통안전 표어도 있지 않은가.
오늘도 지지대 고개를 넘어 오며 '그렇게 빨리 달려 어디를 가십니까'라는 표어를 보았다. 한낱 교통안전을 위한 신선한 표어로 치부 하려다 그 표어에 의미 심장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 듯 싶어 가슴에 되새겼다.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려면 소년출세(小年出世), 청년정치(靑年政治), 장년상처(長年喪妻), 노년금전(老年金錢)을 금하라는 옛말이 있지 않나.
당신은 그렇게 빨리 달려 어디를 가십니까? 현수막을 지나치며 인생길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만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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