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침 한 신문 1면에는 검찰청사에서 조사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이 게재되었다. 이 사진에는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고, 맞은 편에서는 검사와 수사관이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이야기를 서서 듣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진 기자가 공개한 또 다른 사진에는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이 활짝 웃고 있었다. 누가 조사하는 사람이고, 누가 조사받는 사람인지, 뒤바뀐 듯한 광경이었다. 휴식 시간 때의 상황이라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었지만,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가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그래서 ‘황제 조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그가 검찰청사에 출두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당초 비공개 소환이라고 밝혔다가, ‘황제 소환’이라는 비판이 불거지자, 결국 우 전 수석을 포토라인에 서도록 공개했다.
이렇게 검찰을 향한 비판이 터져나오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질책하고 나섰고,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수사를 하기로 했다. 이제야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 검찰은 수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고, 최순실 게이트와의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하지 않다가 여론이 들끓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우 전 수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이같은 모습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탄식을 낳게 한다. 그에 대한 소환은 특별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75일 만에야 이루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는 조사에 대한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우 전 수석도 계급장을 떼게 되고 나서야 검찰청사로 부른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병우라는 공직자와 그의 처가를 둘러싼 의혹들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검찰은 시간만 끌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직무유기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은 우 전 수석뿐 아니라 검찰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사실 지금의 검찰이 정권의 비리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권의 미움을 받아 찍혀 나간 이후,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지 오래이다. 언제나 검찰은 정권의 뜻에 따라 수사를 했고, 정권의 뜻에 반하는 수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검찰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그런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특별수사본부를 만들고 투입 가능한 검사들을 총동원 하고 있다. 수사의 강도가 예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무너져가는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시류에 영합하는 변신임을 알기에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히 깊을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에서 보인 검찰의 모습은 그러한 불신에 불을 지른 격이 되어버렸다. 이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시험대가 검찰 앞에 놓여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박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들이 수사를 할수록 계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묵인이나 지시 없이 국정개입까지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따로 만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물론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기에 위법 행위가 확인되어도 기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아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전모를 밝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 앞에 선 검찰이 조금이라도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타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맞을 새로운 시대에 검찰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다. 속죄의 마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까지도 철저히 수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