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사회적 약자들의 재심 사건을 무료로 담당해 오다 파산 위기에 처한 박준영(43·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박 변호사를 위한 후원금 모금이 마무리된 지난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렛폼인 ‘스토리 펀딩’을 통해 박 변호사를 돕기 위해 모인 후원금은 총 5억6천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7년 5월 발생한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의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재심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인근을 돌며 노숙하던 김모(당시 15) 양이 폭행으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해 노숙자 2명이 김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이듬해 최모(당시 18) 군 등 가출 청소년 5명이 진범으로 지목돼 법정에 섰다.
최군 등의 변호를 맡은 박 변호사는 최 군 등이 강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무죄를 확신했지만, 법원은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박 변호사를 재심전문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박 변호사는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의 재심 사건을 맡아 이들의 구제를 도왔다.
하지만 재심 사건에 매달리느라 돈 되는 사건을 맡지 못한 데다 재심 사건들은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진행해 온 박 변호사는 결국 파산 위기에 처했다.
2012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수원지법 앞 사무실의 월세가 열 달째 밀리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마저 차자 그는 지난 8월 11일 스토리펀딩에 자신의 사연을 올리고 석 달간 후원을 받기로 했다.
당초 1억원을 목표로한 펀딩에는 1만8천43건의 후원 참여가 이뤄지면서 목표액의 5배가 넘는 돈이 모였다.
박 변호사는 “정의에 대한 소시민들의 열망, 긍정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후원금 액수보다 후원에 나선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후원금을 밀린 사무실 월세와 빚을 갚는 데 사용한 뒤 남은 금액은 재심 사건을 진행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