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017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개장할 전망이다.
사상 최초 FA 100억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 FA 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교통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FA 시장은 11일 시작됐다. 하지만 FA를 신청한 13명 중 열흘이 지난 동안 계약을 마무리한 선수는 ‘준척급’ 선수 세 명뿐이다.
유격수 김재호가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총액 50억원(계약금 20억원, 연봉 6억5천만원, 인센티브 4억원)에, 외야수 나지완 역시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총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
팀을 옮긴 선수는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4년 27억원에 계약한 내야수 이원석(전 두산 베어스)뿐이다.
‘빅4’로 불린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최형우, 차우찬(이상 삼성 라이온즈)과 해외 진출을 노리는 황재균(롯데 자이언츠), 또 다른 대어 우규민(LG 트윈스)은 차분하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 6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도 받았다. 관심의 크기는 다르지만, 최소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해당 선수를 꽤 오래 지켜봤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움직임은 KBO리그 FA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12월 5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야, FA 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다. 6명 모두 국내 잔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국외 구단과 협상 후 국내 구단과 만난다’는 순서도 정해놨다.
일단 황재균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메이저리그 구단에 자신을 소개한다. 다른 선수들의 에이전트도 다양한 방법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도를 측정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가 대거 모이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다. 지난해 FA 신분으로 빅리그 입성을 노린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도 윈터미팅 이후에 계약이 성사됐다.
일본프로야구 입단을 노리는 선수들의 에이전트는 윈터미팅이 열리기 전에 일본 구단과도 협상한다.
일본 구단과 협상은 차우찬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찬은 복수의 일본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고, 곧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신분 조회한 6명이 국외진출 여부를 결정해야, 국내 구단도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대형 FA를 배출한 구단은 해당 선수와 협상이 끝나야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대형 FA를 놓치면, 다른 FA 영입전에 뛰어들 ‘금전적인 여력’이 생긴다. 대형 FA 잔류에 성공하면 미련없이 FA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
바뀐 규정도 FA 계약 속도를 낮췄다. KBO는 올해부터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을 폐지했다. FA 시장이 열리면 모든 구단이 선수와 접촉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FA는 공시 후 일주일 동안 원소속구단과 협상했다. 타 구단은 이 기간이 끝나야 FA 영입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원소속구단은 기간 내에 협상을 끝내고자 했고, 타 구단은 우선협상 기간이 끝난 뒤 일주일 내로 ‘영입 리스트’에 오른 선수와 협상을 마쳐야 했다. FA 영입전이 가열되면 ‘사전 접촉’ 의혹이 불거지곤 했다.
‘기한’이 없는 올해는 원소속구단이 여유를 가지고 선수들과 협상하고 있다. 원소속구단을 포함한 여러 구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FA들도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