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오은
거센소리로 머물다가
된소리로 떠나는 일
칼이 꽃이 되는 일
피가 뼈가 되는 일
어떤 날에는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내가 아니니까
내 마음이 아니니까
자유는 늘 부자연스러웠다
몸의 부기를 빼는 일
마음을 더는 일
다시
예사소리로 되돌아가는 일
꿈에서 나와 길 위에 섰다
아직, 꿈길 같았다
- 오은 시집 ‘유에서 유’ / 문학과지성사
‘청춘’이란 말에는 설렘과 불안이 공존한다. 무작정 튀어나가려는 에너지와 미지의 세상에서 미숙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불안. 그러나 에너지가 한 발 앞서기에 청춘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마음과 몸의 일사분란, 아니 머리가 결정하기 전에 몸이 먼저 시작하는, 그러므로 실수의 연속이며 스스로 용서하는 실수이다. 그 숱한 실수를 밑천으로 본격적인 삶의 궤도에 진입해야하므로. 이상한 ‘부기’에 조종되어 매사에 바쁘고 매사가 삐걱거리지만 ‘칼이 꽃이 되’는 ‘피가 뼈가 되’는 바쁘게 흘러가는 청춘! 그곳을 빠져나왔을 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에 ‘아직, 꿈길’같기만 한, 비로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시절.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