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최진화
구례에서
감이 왔다
지리산 물소리로 익은
다홍빛 족두리
새벽 찬 달 아래
빈 가지 흔들며
그리움
털고 있을 당신
항아리 가득
퍼낼 수 없는 세월이 쌓인다
가을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챙겨 보낼 마음에 힘든 줄도 모른다. 화자 역시 부모님이 보내주신 잘 익은 감을 보면서 자식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들여다보고 있다.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라고 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알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말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