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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

/김송포

악양 아걍 아가걍

하동, 악양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누가 서러워 아걍아걍 울어대는지

무슨 설움 지키려 안간힘 썼는지



대봉이 방바닥까지 허리를 휘고 있는 악양

어미 등에 업혀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서너 살배기 아기처럼

아걍 아걍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 내밀어 머리를 떨구는 악양



그래 아걍에 어미와 아기가 있었구나



그 옛날,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선반에 올려놓은 대봉을 아기에게 주려고

발판 딛고 꺼내다가

미끄러져 상처가 생긴 어미가 있다



칭얼거리던 나 때문에 생긴 상처다

대봉을 먹을 때마다 나는 흉터를 우물거렸다



아걍 아걍

땅에 코를 빠뜨리고 우는 아이가 악양에 있었다

- 김송포 시집 ‘부탁해요 곡절씨’중에서

 

 

 

악양은 대봉이 유명한 고장이다. 대봉은 감 중에서 가장 큰 감이다. 대봉이 주렁주렁 열린 가지는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휘어진다. 다 익기 전에는 떫어서 먹을 수 없는 대봉. 악양에 발을 딛고 아걍 아가걍이라는 아기의 울음을 떠올리는 나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칭얼거리는 아기, 나에게 먹이려고 대봉을 꺼내다 미끄러진 어미에게는 상처가 있었다. 어미 등에 업히고 싶어 아기는 운다. 아걍이라는 울음 속에는 어미와 아기가 있었다. 무슨 사연처럼 아걍 아걍 흉터를 우물거리며 설움에 복받쳐 우는 악양에 가도 어미는 없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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