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232만명(주최측 추산)이 운집하면서 헌정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지난달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마지막 집계 저녁 9시40분)으로 서울 광화문 150만명, 지방 40만명 등 전국에서 190만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주말 제6차 촛불집회에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내용에 분노한 국민들이 더 많이 모였다. 이젠 이 집회가 자녀들의 손을 잡은 가족단위의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역사교육의 현장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시위는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이 허용됐지만 별다른 불상사 없이 끝났다. 밤 11시55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줍는 등 끝까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밤늦게까지 진행된 촛불집회를 끝까지 지킨 뒤 경찰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떼거나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모였지만 경찰에 연행된 시민도 없었다. 해외언론에서도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촛불시위에 관심을 표명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촛불 민심은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비상국민행동’ 등에 따르면 이달 29일까지 평일에도 저녁 8시부터 밤 10시 사이 청와대 앞 200m 지점까지 행진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앞선 의식수준이 이를 가능케 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민심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비해 정치권은 ‘갈 지자’ 걸음이다. 국론을 모아야 할 때임에도 여당끼리는 물론 야당조차도 합의도출이 어렵다. 자신들의 손익계산서를 따지며 말바꾸기가 일쑤다. 진통 끝에 야3당은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 내부에서도 의견통일이 안 되고 있어 표결이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어차피 대통령은 힘을 잃었다. 여소야대에서 정국상황에서 야3당이라도 공조해 정국 주도권을 이끌 기회인데도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쳐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거취를 국회로 미뤘다고 해서 꼼수라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국회에서 힘을 합쳐 처리하면 되는데 협상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을 수습해야 하는 책무는 정치권에 있다. 시민의식도 못 따르는 정치권이 돼서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