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다 꺼진다”라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춘천)의 말은 틀렸다. 비와 진눈깨비까지 내리고 한겨울 추위가 엄습했지만 촛불은 겨울이 깊어갈수록 들불처럼 더 번지고 있다. 이제 횃불이 되고 있다. 100만, 190만명이었다가 지난 3일엔 232만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었다. 28만여 명이 사는 춘천시에서도 무려 1만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춘천은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다. 이제 국민의 분노는 임계점에 달한 것 같다.
촛불행진은 역사의 강이다. 그 도도한 강물을 막으려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지난 11월 26일에 이어 3일에도 현장을 지켜 본 바 국민의 촛불행진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분노한 군중들이었지만 외국의 일반적인 집회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동반한 ‘광기’는 거기에 없었다. 위대한 국민들이었다. 세계 언론은 이 특별한 시위대를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일부러 이를 보러온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 시위가 관광상품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린이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동반한 엄청난 광화문 광장 인파의 함성을 청와대가 듣지 못했을 리는 절대 없다. 대통령이 귀가 어두워서, 또는 청와대 방음장치가 완벽해서 못 들었다고 치자. 그러나 대통령 주변 사람과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부 고위층은 국민들의 분노를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 퇴진’이었던 함성은 ‘즉각 퇴진’으로 변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모습에 하야가 아닌 ‘체포·구속’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물러나면 될 것을, 자신의 진퇴 문제조차 ‘법 절차에 따라’라는 단서까지 붙여 국회에 떠넘기면서 분노를 확대시켰다.
지금 성난 민심은 국회로도 향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탄핵을 두고 정치적 이해타산에 골몰하는 여야 국회의원들, 특히 새누리당을 향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최후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첫 주말 집회가 열린 후 3일까지 6차에 걸쳐 열린 집회에 주최 측은 연인원 641만명이 모였다고 밝힌다. 1987년 6월 항쟁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비폭력 평화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박대통령이 지금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정치권의 좌고우면이 계속된다면 이 위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닥친다. 나라를 위한다면 결단을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