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임화지
내 살 속에
오솔길 나 있다
비바람 거세게 불어 오는 밤
외로움 하나
비에 젖어 떨고 있을 때
고통을 견디어 낸 힘줄
나에게 길을 내어 주고 있다
조용히 거닌다는 건
영혼의 잡티를
떨어내는 일
내 온몸이
오솔길 되어 버린다
힘든 현실 속에서 호젓한 안식처를 찾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인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운 때,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고통을 견디어’내고 ‘영혼의 잡티’를 털어낼 수 있는 곳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몸 어딘가에 나 있는 몸의 ‘오솔길’에서 그 희망을 찾고 있다. 욕망을 다스리면서 사색과 성찰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먼 곳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