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파고 이후 우리는 또 어떤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게 될까.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는 이런 시대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 28명 전문가들의 생각을 모은 책이다. 과학기술과 사회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센터가 기획을 맡았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를 필두로 과학, 공학, 법학, 의학, 철학, 경영학 등 각 분야 최전선에 선 연구자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 그리고 전문 연구원들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 이야기가 결합돼 한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들은 한국 상황에서 보다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할 미래 이슈로 포스트휴먼 플랫폼, 인공지능, 가상현실, 지식혁명, 재난 대응, 기술혁신 등 여섯 가지를 선정한 다음 각 주제에 대해 최신 동향과 미래 전망, 사회적 해석을 내놨다.
포스트휴먼에 대해 논하는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사회의 발전 방향을 주도한다면 포스트휴먼이 도래하기도 전에 일자리를 잃고 권태에 빠져 중독자로 전락한 인간이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런 위험에 대비하려면 포스트휴먼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역량을 갖춘 지적 자본가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소유한 물적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슈퍼스타 경제(superstar economy)’의 출현을 언급한다.
슈퍼스타 경제에서는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처럼 극소수의 재능 있는 엘리트가 큰 보상을 받고 절대 다수는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소득을 얻게되며 이들 슈퍼스타가 천문학적 규모의 부를 축적한 뒤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각기 다른 주제로 미래를 전망한 28명의 전문가들은 미래로 가는 역사의 행로는 과학기술 혁신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에 집착하는 혁신은 미래의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동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시장 수요를 만들어내고 이를 활용해 자본을 축적한 뒤, 그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부수적 과제로 생각하는 정책 기획에 혁신이 일어나야 하며 나아가 이런 제도가 시장에서 지속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힌다.
내일의 한국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최고 전문가들의 통찰력 넘치는 분석과 전망을 담은 이 책은, 우리가 꿈꾸는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