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헤이리 마을은 뜻을 같이하는 수십 명의 회원이 모여 1997년 만들기 시작, 파주 통일동산 부지에 지어졌다. 이후 헤이리 회원들은 헤이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십여 년에 걸쳐 20여 차례 해외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답사여행은 도시와 건축이라는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문화예술인이 중심이 돼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만큼 이를 하나의 도시 개념으로 이해하고 선진적인 건축 트렌드와 철학을 담기 위해 회원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섭렵했다.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예술마을로서의 독자적인 자기 색깔을 지닌 마을을 찾았다. 하나의 마을이 자기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마을 구성원을 비롯해 경제적 활성화를 위한 노력, 개성있는 음식문화까지 많은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 이같은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헤이리 예술가들의 아주 특별한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에 위치한 11개의 예술마을을 소개하는 예술마을 탐방기다.
유럽 마을 6곳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의 예술마을 4곳, 미국 1곳 등 총 11개의 예술마을을 다룬다. 대부분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유니크한 예술마을이다. 생폴드방스, 피스카스, 가루이자와, 카멜,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주변처럼 도시 속의 특별한 공간을 한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는 1997년 헤이리 만들기가 시작되던 때에 회원을 모으고 마을의 청사진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150여 동의 건물이 지어지고 헤이리판페스티벌, 중국현대예술제 같은 본격적인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시절까지 헤이리 사무국 책임자로 일했다. 헤이리에서 진행한 수십회의 국내외 답사여행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다.
20여년의 시간을 이어오며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저자는 이 책이 그러한 사업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책을 통해 밝힌다.
저자는 “마을이나 도시는 유기체와 같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아온 흔적이 쌓여 역동적인 이야기가 되고 문화로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빛의 이면에 그늘이 있듯, 세속적 성공을 거둔 예술마을은 대부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도처에 예술마을, 문화마을 한창인 요즘, 이 책이 한 올의 실타래나마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