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압도적인 탄핵이다. 순간 국회 앞에서 시위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수만명의 군중들도, 텔레비전 생방송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환호했다. 불타는 금요일 삼삼오오 술집을 찾은 사람들은 축배의 잔을 높이 들었다. 촛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거리에 나선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시민 수백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은 죄가 없다고 변명하고 사퇴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민심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감동적일 정도로 끝까지 평화시위를 유지했다. 결국 촛불의 위세에 밀린 국회는 야당 주도로 탄핵 절차를 밟기 시작하고 친박계 여당의원까지 대거 탄핵찬성표를 던져 이날 가결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만약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그 후의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할 일을 해나가야 한다.
현재 눈앞에 닥친 국가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전국으로 급속 확산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다. 지난달 16일 최초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90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역시 비상상황이다. 사실상 20일 만에 대규모 가금류 사육 농장을 보유한 경기도 지역 대부분이 AI를 막지 못했다. 경기도 전체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는 5천400만 마리인데 이중 301만 마리(8.5%)가 이미 살처분됐고, 160만 마리는 살처분 될 예정이다.
서민경제의 악화와 함께 급증하는 국민 가계부채도 문제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의 ‘2016년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실상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이 은행권 대출보다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즉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다. 박근혜 대통령의 ‘효도 교과서’라는 비난을 받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도 재고돼야 할 것이다. 청년과 서민 중장년·노년층의 일자리문제, 썩어가는 4대강문제, 사드문제, 재벌 중심 불공정 경제 문제, 저출산을 막기 위한 육아문제, 미국 금리인상 문제 등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무튼 이번 탄핵 이후 이 나라가 제대로 된 길로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