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장현우
동짓달 바닷물이 가득찬 날은
바닷일이 없는 날이다
다라마다 햇살 담은 갯가에는
속이 꽉 찬 배추같이 속이 꽉 찬 엉덩이들이
방아를 찧듯 엉덩이를 씰룩이며
바닷물에 배추를 씻는다
장딴지 같은 무를 껴안고 낄낄거리며
아짐씨 웃음소리가 물수제비를 뜬다
멸치젓국 끓이는 냄새가
김칫거리 져나르는 아부지를
여나르는 누나들을
허천나게 따라다닌다
-장현우 시집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술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요즘이다, 물론 시대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니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이 어울려 먹거리를 장만하고 밥을 먹고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김장을 한다. 동짓달 바닷물이 가득 찬 날은 바닷일이 없어서 동네 사람 모두 나와 배추와 무를 씻는다. 배춧속처럼 단단히 뭉친 사람들, 내놓은 다라 마다 햇살이 그득하다. 장딴지 같은 무를 껴안고 던지는 가벼운 농담이 번져나가고 웃음 가득한 갯가에는 멸치 젓국이 한 솥 가득 끓는다. 그리하여 그 구수한 냄새가 허천나게 아버지와 누나들을 따라붙으며 김칫거리를 나르게 하는 것인데, 저 맛깔나는 한마음표 김치, 모두가 든든하겠다. 한겨울 추위에도 춥지 않겠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