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재임 중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대표적인 정책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1순위 해결과제가 국정교과서 문제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는 박 대통령이 자기 아버지를 미화하기 위해 만든 교과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책을 간절히 바랐던 박 대통령에게 헌정본 한 부 정도를 기증하고 나머지는 폐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가 수준 이하의 엉터리 교과서임이 드러난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교과서 초안을 검수했을 때 오탈자와 불완전한 문장이 무려 1천400여 건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독재미화, 친일 성향 등 우려했던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 헌법 전문에 기술된 대한민국 수립일 1919년 3월1일을 전면 부정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 등은 자세히 언급했다. 도종환 의원의 지적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무려 24번이나 나온다. 반면 세종대왕은 그보다 재위 기간이 훨씬 긴 데도 8번밖에 언급되지 않았다.
6·25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내용 삭제,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과 의미 축소 등 과거사 청산과 인권문제를 편향적 관점으로 기술했다. 집필진도 그렇다. 근현대사를 전공한 현직 역사교수는 거의 없고, 소위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그동안 교과서의 집필기준과 내용이 무엇인지, 집필자가 도대체 누군지 철저하게 감춘 채 비밀작업으로 추진해 온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효도용’ 교과서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수준 이하의 교과서 집필진 1인당 평균 2천481만2천원을 지급했다.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일부는 3천600여만 원이나 챙겼다고 한다. 상식 밖이다. 이처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자세는 오락가락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정치적인 상황하고는 전혀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폐기할 경우 대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역사 왜곡 편향 논란에 이어 오류투성이라는 지탄까지 받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다. 거의 모든 국민 다 안다. 그런데도 이 정부가 폐지를 망설이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