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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이경임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는

냄새 맡으려 해도 맡아지지 않는

무거운 코끼리 같은 것이 짓누른다



상상의 가시들을 꽂고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는

미친 고슴도치 같은 것이 달려든다



어둠 속에서 맹목적으로 도주하는 바퀴벌레들이

참을 수 없는 구토이면서

집요한 식욕 같은 것이 몰려다닌다



거울 속에서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투명한 눈사람 같은 것이

낡은 광장 같은 것이, 안개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닌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걸어온 투명이 있다.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디인지 사방을 둘러보아도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는. 그러나 내가 나와 마주 앉아 밤새 울어볼 수 있고 잘했다고 위로할 수도 있는 곳. 혹은 왜 그랬냐고 나무라며 내가 나를 가두기도 하는 영역. 살아보려고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들이 몰려나오는 곳. 그러나 가다보면 아득해져서 허무가 되고 그리움이 되는 그런 세계를 시인이 겪고 있다. 억압과 통증으로 몰려오는 그것은 시인의 어떤 구체적인 삶이 동반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나중엔 힘을 잃고 낡은 광장에서 증발한다는 것이다. 우린 모두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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