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풍등
/김진돈
수천만 개의 풍등을 바라본다 각각의 소원이 담긴, 누군가의 아득한 영혼이었을 아굴라 초원의 밤하늘이 빼곡하다
내 가슴을 가로지르는 풍등을 쏘아보며 나는 지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눈빛이 된다 수억 년이 지나 오늘의 별이 되어 반짝인다 바람에도 지지 않는 저 풍등을, 불시에 끄는 이가 있어 찰나에 빗금이 그어지고,
누군가는 성호를 긋는다
빈자리가 채워지고 하늘과 풍등이 다시 반짝인다
그것은 태초이고 아득한 떨림이다
-김진돈 시집 ‘아홉 개의 계단’
수억 년 전 어느 누구의 영혼이었을까, 몇 년 전 충북 어느 산골마을에서 두 눈을 파고들더니 급기야 수직으로 내 가슴에 내리꽂히던 별빛들은. ‘태초’를 상상해보면 어슴푸레한 빛의 신비로움에 감싸인 자연의 순수와 그에 걸맞은 성스럽고 거룩하며 숭고한 인간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오염과 타락과 불순의 시대, 존엄한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서로를 물고 뜯고 죽이는 시대. 우리는 도심 불빛 속에서 총기 잃은 별들을 보며 우리의 비천과 남루를 목도한다. 그래도 오늘밤만은 저 서늘한 풍등의 별빛으로 눈과 가슴을 한번쯤 찔리고 싶다. 영혼의 불이 꺼지는 듯 유성(流星)이 빗금을 그으며 사라지는 순간, 어느 비장한 소망이 또다시 또렷한 별빛을 밝힐 것이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