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사게 만들었다. 해외 교민들과 상사원, 유학생들은 ‘도대체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하소연할 정도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됐다. 바로 그 주범인 최순실에 대한 첫 재판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그런데 그의 태도와 발언이 상식 밖이다. 얼마 전 해외 도피를 끝내고 검찰에 출석해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죄하던 모습이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데 불과 50일 만에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뿐 만 아니다. 사진에 찍힌 얼굴 표정은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듯 뻔뻔하고 표독스럽기조차 하다. 뉘우치는 듯 고개를 푹 숙였던 모습은 없었고 재판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순실은 국민들을 분노케 한 바 비선(秘線) 실세로 군림하며 전횡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오히려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단다. 이는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촛불집회에 수백만 인파가 모이고 국민들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키자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5개 헌법 위배·8개 법률 위반 행위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 공소장의 혐의는 최순실의 개인 범죄라고 했다. 최순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과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의 답변은 ‘모른다’, ‘아니다’, ‘기억 안 난다’로 정리된다. 어쩌면 이렇게 한결 같은가? 이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가해자 집단 망각’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이 범죄행위가 폭로됐을 때는 당황하다가 지금은 다시 공격적인 모드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단망각은 ‘일종의 가해자 집단의 정신병적 증세’라고 말했다.
첫 번째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억울함까지 호소한 최순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변호인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드높다. “최순실을 그냥 석방하고 대신 출국금지 시켜라. 민중의 심판을 받도록”이라고 쓴 한 네티즌의 댓글엔 수사기관과 법원에 대한 불신도 드러나 있다. 특검이나 헌재는 정의를 원하는 국민들이 뒤에 있는 만큼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모든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