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음식값이 기습적으로 오르더니 생필품 가격까지 줄줄이 올라 가계 주름살이 늘고 있다. 서민 먹거리 라면은 어제부터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시장점유율 1위 농심측은 인건비 상승과 물류비부담이 누적돼 5년여 만에 최소폭으로 올렸다고 했으나 이는 명분일 뿐이다. 여기에 제빵가격도 평균 6.6% 올랐다. 앞서 맥주와 콜라를 비롯해 소주·두부·과자·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까지 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란을 주원료로 하는 ·음식 값까지 다시 들먹일게 분명하다.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서민 경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상승했다. 0%대에 머물던 상승률이 9월 이후 1%대로 올라섰지만 한국은행 목표(2%±0.5%)를 한참 밑돈다. 더큰 문제는 가계소득이 뒷걸음질치는데 생활물가만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4분기에는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1분기에도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미 서민 경제를 강타한 불황 심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온 가족이 생활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매달 100만~200만원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중도 과거 30% 정도였는데 이 비중이 40% 가까이로 높아졌다. 전국 가정 절반이 한 달 200만원 미만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씀씀이 줄이기는 당연하다. 또한 심각한 생계압박과 고통이 이어지는 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서민들 내수 경기가 이 모양 이니 자영업자들은 어떻겠는가. 사치품이나 기호식품은 고사하고 쌀과 식료품, 옷, 신발 등 꼭 필요한 기본 생필품 소비까지도 줄고 있다. 80% 정도이던 평균 소비성향이 71.5%까지 내려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1만5000원만 썼다는 의미다. 이 역시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빚으로 사는 서민들의 고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이자 폭탄’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가뜩이나 소득이 쪼그라든 서민들이 특히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서민 경제가 파탄나기 전에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 하기 바란다.